경산서 느린학습자 지원 논의…지역 연계 교육체계 모색

지난 29일 열린 컨퍼런스에서 백상수 대구대학교 경산교육발전특구사업단장이 ‘경산교육발전특구사업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신유정 기자)
경북 경산 지역 내 느린학습자 교육과 지원체계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학과 지자체, 교육청,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기 선별부터 학습·정서 지원까지 이어지는 지역 기반 협력 모델을 공유했다.
대구대학교 경산교육발전특구사업단과 느린학습자지원센터는 지난 29일 호텔 수성에서 ‘느린학습자 교육의 이해와 지원체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대구대학교가 경산시, 경상북도경산교육지원청과 함께 추진 중인 경산시 교육발전특구 사업의 일환으로 열렸다. 사업단은 느린학습자지원센터를 비롯해 교원디지털교육센터, 배리어프리특수교육센터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지역 주도의 교육혁신 체계를 구축하고자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느린학습자지원센터는 학습과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날 허영선 경산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은 개회사를 통해 “느린학습자에 대한 이해와 정서·사회성 발달을 둘러싼 논의가 학교와 지역 현장 곳곳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교육은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느린학습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기조강연을 맡은 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사진 = 신유정 기자)
기조강연은 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경계선지능 학생을 둘러싼 법적 근거와 연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 단위에서 경계선지능 학생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단일한 지능지수만으로 학생을 판단하기보다는 학교와 일상생활에서의 적응 수준을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급에 따라 기대되는 발달과 성취 수준이 다른 만큼 경계선지능 학생의 특성과 어려움 역시 달라질 수 있다며, 인지나 언어, 사회·정서, 일상생활 적응, 대처행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인 특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조기 발견 이후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계선지능 학생을 위한 차별화된 지원과 전문 서비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영역에서는 반복적 개입이 가능한 ‘의도적 중복’이 필요하지만, 현재 경계선지능 학생에 대한 교육 지원이 일반 교육 제도 안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만큼 ‘의도적 단절’을 통해 지원 대상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학령기 교육 지원에 더해 청·장년기 자립까지 아우르는 생애 요구에 기반한 별도의 개별 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9일 호텔 수성에서 열린 ‘느린학습자 교육의 이해와 지원체계 컨퍼런스’ 현장 모습. (사진 = 신유정 기자)
현장 제언도 이어졌다. 황달도 전국느린학습자부모연대 조직위원장(인천 늘해랑 커뮤니티 대표)은 부모 커뮤니티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느린학습자 프로그램 기획 방안과 유의점을 소개했다. 그는 “느린학습자 지원은 진단에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이후 학습과 정서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한 기관이 아닌 지역 안에서 연결된 체계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선별의 표준화, 진단 이후 중재 프로그램 연계, 보호자와 교사가 함께하는 동반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전문 강연에서는 사회·정서 지원의 필요성도 다뤄졌다. 유선미 한국메타인지심리연구소장은 핀란드에서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추적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을 포함해 인지적 취약성을 지닌 아동·청소년은 학업 중단과 성인기 사회 적응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위험도 역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소장은 “사회·정서 개입은 선택적 교육이나 복지가 아니라 예방적 개입”이라며 인지·운동·사회정서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보람 진건중학교 특수교사(유튜브 ‘경계를걷다’)는 느린학습자를 둘러싼 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의 책임으로 바라보기보다, 학생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개별화된 지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학습 부진뿐 아니라 또래 관계, 자존감 저하, 학교 적응 문제 등이 함께 나타나는 만큼 학습 지원과 생활지도를 분리하지 않고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가 경산 지역에서 진행한 ‘그로우 플레이’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 = 신유정 기자)
지역 사례 발표에서는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가 경산 지역 초등 느린학습자를 대상으로 운영한 사회·정서 멘토링 프로그램 ‘그로우 플레이’를 소개했다. 센터는 경산 관내 초등 느린학습자 멘티 10명과 대학생 멘토 10명을 선발해 또래 관계 형성과 정서 표현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총 5회기로 구성됐으며, 가정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매 회기 보호자에게 활동 내용과 아동의 변화 과정을 안내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대표는 “대부분 느린학습자 지원은 진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진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후 학습과 사회·정서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후속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산 지역에는 느린학습자 관련 협의체와 네트워크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참여자 모집과 홍보, 기관 간 연계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그는 향후 보호자와 학교, 지역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연결된 지원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토크콘서트에서는 강연·사례 발표자들과 ‘경계선지능 아동의 정서사회성’을 공동 저술한 임행정 센터장이 패널로 참여해, 현장 질문을 바탕으로 정서·사회성 지원의 실제 적용 방안과 지역 연계 과제 등을 논의했다.
경산교육발전특구사업단 내 느린학습자지원센터는 대학생 멘토링과 교원 전문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해 학교 현장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학생 멘토가 참여한 사회·정서 프로그램과 함께, 교원 전문학습공동체의 느린학습자 이해와 수업·생활지도 사례도 공유됐다. 사업단은 이러한 협력 구조가 학교 현장의 실천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상수 대구대 경산교육발전특구사업단장은 “오늘 공유한 결실은 경산의 교육 혁신이 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자체,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세계가 배우는 경산형 교육 모델을 완성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유정 기자newjeong@slowlearner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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